우아한테크코스 회고

@VERO
Created Date · 2023년 10월 29일 06:10
Last Updated Date · 2023년 10월 30일 04:10

길고 긴 10개월이 지나고, 벌써 레벨4가 마무리되는 지금 우아한테크코스를 회고해보려 합니다.

베로 위키 애독자들도 모를 수도 있는 올해 2월 6일 회고를 가져와 보겠습니다. 2월 6일이면 첫 등교 전 날이죠.

사실 조금 걱정이 된다. 지금 마음가짐이 어떤지 모르겠다.  
의욕도, 목적도, 목표도 모호한 상태라 그냥 잘 모르겠다. 우테코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안일한 마음가짐으로 내일 등교(?)할 예정이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는 편인데, 과연 우아한테크코스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궁금하다. 기왕이면 좋은 영향이었으면 좋겠다.

사실 저는 이때 마음의 병이 있어 상담을 받고 있었는데요, 지칠대로 지쳐 제가 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심만 가득한 상태였습니다. 안일한 마음가짐이었고, 고쳐 말하자면 무책임했습니다.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고, 의욕도 없다니 뭘 기대할 수 있었겠습니까?

자, 그렇다면 베로의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우테코 도전, 어떻게 되었을까요? 과거의 베로에게 소개해보겠습니다.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기

예전의 저는 어쩌면 주위의 사람들을 두려워했던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는 그들이 저보다 더 잘하게 되는 상황을 두려워했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과 항상 경쟁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친구들도 예외는 아니었죠.

그렇지만 우테코에 와보니, 저와 경쟁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없었어요. 뭐든 알려주려 하고, 배워서 남주는 걸 가장 큰 미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밖에 없더라고요.

친절하고 열려있는 사람들 옆에서 저만 울타리 안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듯 했어요. 그래서 저도 한 번 용기 내서 다가가 봤습니다. 다들 멋진 사람들이었어요. 제가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니 그들도 저에게 열린 마음으로 대해줘서 참 기뻤습니다.

주변에 멋진 사람들만 있으니,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어요. 진심으로 잘 되었으면 좋겠고, 멋진 꿈을 이뤘으면 좋겠고, 그냥 뭐든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 과정에서 저도 함께 많이 배웠고, 이젠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 자체를 사랑하게 됐습니다. 제가 E라니, 과거의 베로는 믿겨지시나요?

우아한테크코스에 오지 않았다면 아마도 제가 만든 울타리에 들어가서 울타리 밖에 늑대만 있을 거라 생각하고 살았겠죠. 사실은 아무도 없는 허허벌판인데 말이에요.

우테코에서 주변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주위 사람들이 베푸는 선함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가장 기쁩니다.

나를 사랑하기

다시 2월 6일 회고로 돌아와서, 또 이런 말을 적었었습니다.

또 다른 목적은 나를 사랑해보기 위해서이다. 
계속되는 실패(진짜 실패일지, 내 머릿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나를 온전히 보기 쉽지 않다. 
차라리 진짜 객관적인 문서로 남겨서 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내가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최대한 꾸준히 쓰고 싶다.

맞아요. 요즘 조금 해이해지기는 했지만, 저는 TIL 을 정말 꾸준히 썼습니다.
TIL도 좋고, 뭐든 기록해보자는 생각으로 적었던 글들이 벌써 약 380개 정도가 되었네요. 과거의 저도 이 정도로 열심히 했을 줄은 몰랐겠죠.

과거의 베로에게 딱 하나만은 말해줄 수 있습니다.
올해 저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개인 공부를 하루에 3시간 이하로 한 날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니까요. 글의 개수와 늘어난 자신감이 이 주장을 뒷받침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다른 점은 있습니다. 지금의 저는 열심히 하지 않는 나도 사랑할 수 있어요.
매일 열심히 살기는 어려운 일이에요. 그럴 때마다 저를 미워하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들어 자책하는 일이 줄었습니다.
오늘 못하면 내일 하면 돼요.
지금은 못해도 내일 잘하면 돼요.
오늘은 안 좋은 일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좋은 일이 있을거에요.

이런 마음가짐들이 또 다시 제게 힘이 됩니다.

베로, 우아한테크코스는 어떠셨나요?

저는 감히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라고 단언하겠습니다.
사실 제겐 기술적으로 얼마나 성장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기술은 밖에서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었을거에요. 비효율적이지만 말이죠.

가장 크게 변한 건 공부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레벨 4 글쓰기 에도 적었지만, 동료들과 함께 하는 공부가 가장 효율이 좋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나와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은 도전자나 경쟁자가 아니라 동행인이에요. 배척하고 견제해봤자 소용없죠. 같이 가는 길에 혼자 남겨져서 좋을 일은 없을테니까요. 저도 아는 지식을 최대한 공유하고 싶고, 제 지식이 남에게 도움이 될 때가 훨씬 기분 좋습니다.

제게 맞는 공부를 하는 방법도 알게 됐어요. 전 원래 책이나 인강을 보며 공부했었습니다. 제 집중력은 간장 종지만 해서 금방 흐트러졌지만요.
우테코에 와서 열정있는 사람들과 스터디를 해보니, 왜 사람들이 스터디를 하는지 알 것 같았어요. 내가 모르는 건 스터디원이 알려줄 거고, 스터디원이 모르는 건 내가 알려주면 돼요. 먼저 경험해본 사람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걸 수많은 미션과 페어프로그래밍을 하면서 알게 됐어요. 내가 막히는 부분을 미션을 먼저 구현하면서 막혀본 사람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르고, 정확했으니까요.
그래서 어떤 게 가장 효과적이냐! 새로운 걸 공부할 땐, 주위 사람들에게 마구 물어보고 함께 공부하는 게 제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학교로 돌아가더라도 모르는 지식에 대한 스터디를 하나 만들어서 진행하려고 해요.

가장 신기했던 점은 세상에 궁금한 게 많아졌다는 점입니다.
예전부터 저는 궁금한 게 없었어요. 남에 대해서도 궁금하지 않고, 그냥 모르면 모르는 거지.. 라고 생각하며 살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먼저 다가가는 것도 힘들었고, 새로운 기술이 나와도 피하려고만 했어요. 굳이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지만 지금은 뭐든지 궁금해요. 이건 왜 좋고, 왜 써야 하고, 당신은 왜 이렇게 생각했으며, 어떤 부분에서 장점 / 단점이 있고, 어떨 때 사용하면 좋은지 등등... 무수한 질문들이 떠오릅니다. 질문이 많아진 이유는 제가 세상을 사랑할 수 있게 되어서라고 생각해요. 사랑하지 않으면 궁금하지도 않으니까요. 이런 Question Driven Study가 제겐 매우 도움이 됐습니다. 여러분도 한 번 시도해보세요.

내일, 그리고 또 내일

최근에 어떤 웹툰을 보다가 매우 인상 깊은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문장들에 굉장한 감명을 받았어요. 마치 제 인생을 설명하는 것 같았죠.

사람의 생은 참 허무하고, 가볍고, 보잘 것 없습니다.
그런 허무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생을 이 땅에 붙어있게 만드는 중력은 무엇일까... 전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렇게 세상에 사랑하는 것들이 많아지면 생은 점점 무거워지고, 그 무게에 짓눌릴 때 허무 같은 건 자연스럽게 잊게 됩니다. 인내심을 갖고 당신에게 작용하는 중력을 계속 찾아보십시오. 그리고 그것에 마음껏 집착하고 욕망해 보십시오.

지금까지의 제 삶은 깃털보다도 가벼웠습니다. 하고 싶은 건 없었고, 목표는 당연하게도 없었어요.
그나마 좋아하던 개발에 매달려 우테코까지 떠밀려 왔습니다.

저는 우테코에서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어떻게 하면 세상을 더 올바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지 알게 됐어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저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실이 제 생을 끌어당기는 가장 큰 중력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우테코에서 저만 많은 걸 얻어가는 것 같아 양심의 가책이 들기도 합니다. 제가 사랑하는 만큼 더 나누지 못한 것이 조금은 아쉬워요. 그래도 여러분 모두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이제 저는 충분히 행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