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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돌발성 난청에 걸려버렸다 (NEW!) 구글에서 독일에서 돌발성 난청을 겪었던 사람을 한 분 밖에 못 찾아서 내 글이라도 하나 더하려고 한다.
이번 주 월요일부터 온콜 업무가 심상치 않다 싶었더니 주 내내 스트레스 받고 피곤하고 했던 게 아마 전조 증상이었던 것 같다. 어제 저녁에 샤워하고 나서 귀에 물이 들어가서 먹먹한가 싶었는데 아침에도 왼쪽 귀가 계속 먹먹하길래 검색을 해봤다. 그랬더니 돌발성 난청일 수도 있다고, 심지어 72시간 내에 치료를 못 받으면 예후가 안 좋다는(!!) 그런 내용까지 있어서 아침 6시에 잠에서 깨 버린 김에 그냥 주위 큰 병원인 샤리테 응급실에 갔다. 이비인후과를 예약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인터넷에서도 응급 질환이라 하기도 했고 청력 검사가 가능하면서 영어를 구사할 줄 아시는 의사 선생님이 계시는 이비인후과가 오늘 없었다… 당연히 청력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다음 주 테어민을 잡을 생각은 없었기에 바로 응급실로 갔고 그건 옳은 선택이었다.
오전 7시 반 쯤에 응급실에 도착해서 접수하고 (다행히 비응급이라고 안 쫓아내셨음), 나는 우선순위가 가장 낮은 환자라 아침 8시부터 2시간 30분을 기다린 후에야 의사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귀를 잠깐 보시더니 귀는 문제 없고, 청력 검사가 필요할 것 같다고 하셔서 나를 또 다른 건물로 보내셨다. 다행히 샤리테 의사/간호사 분들은 다 영어를 잘하시긴 하지만 안 그래도 잘 안 들리는 영어를 진짜로 안 들리는 귀로 들으려니까 더 힘들었다 ㅋㅋㅋ 어찌저찌 맞는 빌딩 찾아가서 청력 검사를 받았더니 왼쪽 저주파 음역이 조금 저하되었다고 하셨다. 그나마 오른쪽 귀는 정상이라 다행이었음. 찾아본 바에 따르면 양쪽 돌발성 난청은 흔치 않다고 했는데 그게 나일까봐 좀 걱정했다. 아니 근데 청력 검사하는데 왼쪽에서 자꾸 이명들려서 뭐가 진짜 테스트인지 헷갈림 ㅋㅋㅋ 내가 여러 번 버튼 잘못 눌렀는지 옆에서 선생님이 틀릴 때마다 아니라고 고개 저으셨음 ㅋㅋㅋ
검사 받고 나서 다시 의사 선생님이 부를 때까지 또 1시간… (물론 검사 받기 전에도 30-40분 정도 기다렸음) 오후 1시 반에서야 무슨 상태인지 들을 수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돌발성 난청이 맞았고 그나마 다행인 건 정도가 약하다고 한다. 그래서 10일치 경구 스테로이드 처방 받았음. 다만 의사 선생님이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10일 간 약 먹어보고 그동안 안 나으면 뭐 MRI 라도 찍어보자라고 해서 한국처럼 스테로이드 고막주사를 맞는다거나 고압산소치료 같은 건 독일에 없나보다 싶었다. 그래서 스테로이드가 제 역할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스테로이드 약은 꼭 식사 후에 먹어야 하는데 오전 6시에 일어난 뒤로 음료수 말고는 아무것도 못 먹어서 근처에서 점심 먹고 집 와서 약 먹었다.
평소 아주 잠깐씩 삐-소리가 나는 이명이 있었고 가끔 귀가 먹먹해지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왼쪽 귀에서 비행기 소음 같은 저주파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어폰 안 껴도 들리는 화이트 노이즈 … 원한 적 없긴 한데 ㅋㅋㅋ 그래도 나는 젊기도 하고 특히 저주파 저하 돌발성 난청은 예후가 좀 더 좋다고 해서 일단은 그냥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뭐 소리 잘 안 들리면 보청기 끼면 되지, 라는 생각 ㅋㅋ 사실 초3때 내가 청력 검사 잘못하는 바람에 의사 선생님이 보청기 껴야 한다고 했던 적이 있다. 그때 낄 걸 지금 낀다고 생각하면 쌤쌤 아닐까? 어쩌면 예전보다 진짜로 더 잘 들릴지도?
라고 생각하면서 일단은 지내고 있다…
별로 실감이 나진 않고, 그냥 왼쪽 귀만 비행기에 타고 있는 느낌이다. 특히 돌발성 난청은 스트레스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이명 소리가 커지는 거에 민감하게 반응하면 더 심해질 수도 있다고 한다. 최대한 신경을 끄고 사는 것이 상책인 듯.
만약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독일에서 돌발성 난청을 겪는 분이 계시다면, 테어민 잡지 마시고 바로 큰 병원 응급실에 아침 일찍 가세요. 아침 일찍 가니 비응급이긴 했지만 적어도 진료를 받고 약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샤리테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응급실에서는 처방전을 private insurance 로 주더라… public insurance 로 하려면 Hausarzt 한테 바꿔달라고 하라는데 그거 하려면 또 한 세월 걸릴 거 뻔해서 그냥 자비로 결제했다. 자비로 결제해도 스테로이드 약, 위장 보호해주는 약 하나 해서 28유로 정도 나왔다. 이 정도면 내 정신적 비용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고 생각한다.) 발병 후 72시간 이내 치료가 중요하다고 하니 꼭 응급실에 내원하시길… 차라리 거기 가서 응급 환자 아니라고 타박듣고 쫓겨나는 게 낫습니다 🥹
내일 자고 일어났을 때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크게 걱정하고 있지는 않다! 그래도 별 거 아닐거라고 회피하지 않고 병원 간 게 어디냐. 뭐 어떻게 되겠죠 내 몸아 힘내라
2026-02-22 돌발성 난청 3일차 증상 95% 나아짐